주말 생각. 

 

세상에서 사회보장제도가 한국이 충실하니 아니니를 따질 때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게 GDP 대비 비율이나 정부 지출 대비 비율을 따지고 있다. 아니면 심지어 "프랑스에서 좀 살아본" 사람 이야기를 하거나. 그런 걸로는 안된다.

 

"지금 제도가 유지된다고 할 때" 사회보장제도의 중장기 추계에 따르면 2060년에 건강보험만 해도 GDP의 20%가 넘는다. 전체 사회보장제도는 GDP 대비로 2060년이면 북유럽 제국을 다 넘기는 걸 볼 것이다. 실제로는 그 나라들도 더 고령화가 될거고 제도 개선도 계속 될테니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단순히 GDP 대비로만 비교하는 건 그렇게 문제가 있다는 것....

 

바꿔서 말하면 한국의 고령화 문제는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지금 그냥 맘 편하게 살고 있지만, 대충 2030년 정도면 이미 꽤나 문제가 임박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초 생활제도, 노령보호, 육아 및 가족지원 등 제도가 "미비"하다고 느낄 지언정 "없는" 건 어쨌든 아닌데. 2040년이 되면 그냥 지속 불가능한 제도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라는 건 사실 둘 중 하나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소득의 거의 절반 정도를 내게 해서 그걸로 보장하거나, 아니면 국민소득/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서 그걸로 '자원이 증가한 미래 세대'가 내게 하거나. 전자의 문제는 현실의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Baumol Disease는 다른 게 아니라, 그랬더니 다들 일도 안하고 집에 걍 있고 놀러다니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점점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복지 재원을 대는 게 바로 그 근로소득/재산소득이고, 재산소득이란 건 외국에서 투자 수익이 느는 걸 제외하면 결국 GDP가 늘어야되는데 그게 안되니. 그리고 후자의 문제는 선진국이 되면 불가능한 체제라는 것이다. 국민소득 성장이 안정기에 접어들고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도통 작동을 안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할 나라 중 부부의 기대출산이 2.1명(선진 보건/의료상의 영유아 사망률을 고려할 때 인구가 유지되는 수준이 2.1명이라고 한다. 통계를 내가 디비본 것은 아니라서 책임은 못진다) 이라고 하는데, 이걸 넘는 나라는 칠레, 멕시코 같은 국가 정도를 제외하면 미국과 프랑스 밖에 없다. 이 두 나라는 이민이 가장 활성화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이민으로 인한 인구 증가 효과가 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입증 자료를 내가 댈 수는 없을 듯. 속인주의인 프랑스는 특히 "부모가 다 이민자인 자녀의 기대수" 같은 자료는 프랑스 정부 바깥으로 나올리가 없으니. 이 가설의 문제는 독일이 출산율이 굉장히 낮다는 것인데(독일도 중동계 이민이 상당히 많다. 프랑스는 아프리카계 이민도 많긴 하지만) 여튼 뭐 넘어가는 걸로.

 

보통 한국이 진짜 살기 힘든 나라라고 할 때 네 가지 정도를 드는데 출산율, 자살율, 교육비용, 열악한 사회복지체계 정도 같다. 이거 각각에 대한 논박이나 내 생각은 일전에 말했다가 죽을 뻔 했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여하튼 그 효과로서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건 엄청난 수준의 고령화이고, 이건 사회 체제 유지가 안될 지경이다. 바로 우리 자녀들이 결혼할 때 쯤에 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난 자녀는 커녕 결혼도 안했고 애초에 애인도 없으니 재앙이 좀 멀 수도 있다. (...?)

 

국가 상층부가 이기적이고 정략적인 사람들로 채워져있든, 공익적이고 원대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든 상관없이 인구경제학이랑 재원은 거짓말을 못한다. 한국의 인구 체계는 최소한 20년간(즉, 지금 태어난 애들이 경제활동인구가 될 때까지)은 확실히 위기일 것이고, "추세가 이어진다면" 25년 후엔 정말 눈 앞에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런 위기가 있을 때 소시민적인 생각은 "그러면 나는 애를 안낳아야겠군" 내지는 "이민을 가야겠어"겠지만 실제로 국가적으로는 다르다. 애를 더 낳고 이민을 안가야 해결된다.

 

그런데 또 나는 그런 생각도 든다. 인구 상승율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 내서 인구가 성장한다면 fiscal crisis는 빗겨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체제가 sustainability가 있을까? 환경까지 고려할 때의, 아 안되는 영어가 느는거 보니까 좀 정신이 어딘가 떠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렇게 봤을 때도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 아닌가.

 

뭐 그런 맥락에서 공무원 연금도 개혁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 자체는 공감한다. 사람들이 공무원 연금에 대해 전시과 같은 조선/고려시대의 공무원 연금체제 개혁이 부패와 국가의 통제 가능성 상실로 이어진 역사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너무 일견만 본 것이다. 아주 아주 가정적인 이야기지만 만에 하나라도 국민연금이 파산에 직면하게 된다면 공무원 연금이 유지될 수 있나? 아니면 그걸 방지하기 위한 혁신적이고도 엄청나게 박탈적인 개혁을 공무원 연금 개혁 없이 할 수 있나? 그걸 하기 위한 추진력을 위한 무릎 꿇기를 안할 수 있나? 그건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난 그런 측면에서 언젠가 5년 내로 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 그게 바로 직후에 연이어서 국민연금/건강보험/기타 사회보장제도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진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까지 이어진다고 한다면, 사회보장체제의 상실로 인한 각종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 아닌가 싶다. 진정한 이번 개혁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나는 본다. 혹자는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고 하던데 (난 그 말에 굉장히 격하게 반대한다. 나를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내가 격하게 반대하는 포인트는 많지 않음) 종말에 안전석은 없다고 한다면 그건 공감할 수 있을 듯.

Posted by Chlo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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