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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01 기초 없는 상식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확실히 재미로는 볼만하고 나도 그렇게 보고 있긴 하지만 가끔 보면 좀 기초가 없어 문제가 있다 싶은 경우도 많다. 애초에 정식으로 교육받은 요리사들이나 백주부가 요리할 때야 당연히 나보다 잘 아니까(....) 이상한 짓을 안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가끔 한다고 해야하나. 비린내를 제거하는데 우유를 쓴다, 레몬을 쓴다, 향신료를 쓴다 모두가 맞는 말이다. 문제는 재료와 조리법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써야한다는 것이다. 생 간을 조리할 때 적합한 건 우유지 레몬이 아니다. 레몬을 써도 비린내 자체는 없앨 수 있지만 지나치게 향이 강해서 생고기의 향을 묻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레몬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 간을 익혀서 갈아서 일종의 미트소스로 사용하는 베니스식 볶음요리에서 생간을 레몬으로 드레싱해서 비린내를 없앴던 걸 먹은 기억이 있고, 맛있었다.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의 경계는 꽤나 모호하다. 보통 등푸른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레몬을 곧잘 쓰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고형인 생선살에 뿌려서 첫 맛을 레몬맛으로 덮는 방식인거지 글자 그대로 생선 전체의 비린내와 겨뤄서 이길 수 있는 그런 형태가 아니다. 등푸른 생선을 통째로 끓여낸 국물에 레몬즙을 타서 비린내를 없애려면 레몬즙을 거의 붓다시피 해야 비로소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난 그걸로 소스 만들어서 샌드위치 만든다는 맹기용 셰프의 판단이 잘 이해가 안되지만 세상 어딘가에선 마마이트도 먹는다니까 뭐 (....) 여튼 맹기용 씨는 레몬이 왜 비린내를 잡는지, 어떻게 잡는지 두가지에 대해 별 고민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나도 왜 잡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어떻게 잡는지는 요리책만 좀 봤어도 알텐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군요. 거기까지 하고. 


 대충 이런 것이다. 뉴스나 시사프로에서, 술집에서나 잡담에서 온통 헌법이니 형법 이야기를 하고 분석을 하며 사안별로 깎아 보여주니 각자가 헌법 구조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지만 이번 국회법 개정을 둘러싼 지인들 반응을 보면 헌법상 권력분립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이 그렇다. 권력분립은 대통령(행정부) 권한을 뺏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1) 각자의 영역을 두고 (2) 거기 개입할 공식적인 루트를 만들어서 견제하게 하는 것이다. 한쪽을 한쪽의 하위로 두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는 어떤가. 다들 경제학에 대해 잘 안다고 하면서 여전히 저축의 역설조차 이해 못하는 칼럼도 찾을 수 있는 판국인데 어쩔까. 


 사실 가족끼리 편하게 요리 방송을 본다거나 (심도있게 막 정치나 사회에 참여할 의지와 의사가 없는 사람이) 그냥 맥주 한잔 하면서 퇴근 후에 정치 이야기를 하거나 할 때는 굳이 기초를 알 필요가 없고 알라고 하는 것이 맞지도 않다고 본다. 문제는 그걸 갖고 남을 가르치려고 들 때지. 그러려고 할 때는 기초를 조금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성실성에 대한 이야기다. 20150601

Posted by Chlo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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