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이 심한 도시의 교통정책으로 오히려 도로를 좁히고 주차공간을 줄이면 사람들이 차를 몰고 나오지 않아 교통체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론적 접근이 있다. 도로를 넓히고 주차를 쉽게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차를 사고, 더 많이 개인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

 

산불이 나면 진화하지 말고 오히려 어느 정도 방치해 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작은 산불들을 매번 다 끄니까 숲에 마른 낙엽이나 나뭇가지, 덤불들이 사라지지 않고 모여서, 나중엔 오히려 끌 수 없는 거대한 산불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평소의 산불은 큰 나무는 타지 않기 때문에 동물들이 숨을 수 있고, 잔 나무와 덤불이 타서 숲에 영양을 공급하지만, 그런 거대한 산불은 큰 나무마저 태우기 때문에 동물들도 죽게 만들고 흙 속의 씨앗까지 모두 죽인다는 논리이다.

 

직관과 정책이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자신의 가치를 창의력 면에서 증명하고 싶어하는 학자, 관료, 정치인들이 항시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간간히 그것이 진정 훌륭한 조언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사실 현대의 거시경제정책 그 자체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케인즈 전까지는 경기침체기의 정부재정도 적자를 최소화하자는 관점이 주류였다면, 그 이후에는 정부지출 확대가 대안이라는 관점이 주류가 되기도 했으니까.

 

영국과 일본 정부는 이번 COVID-19에 대해 꽤 직관과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전염병 방역엔 초점을 두지 않고, 어느 정도 병이 퍼지게 두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전염성이 높은 병이라 막는 과정에서 의료인력과 자원이 과도하게 소요되어 중증 환자에게 투입되지 못하게 하고, 경제사회적으로 극심한 침체가 야기될 수 있다는 관점인 듯 하다. 아울러 전염병을 그냥 지연만 되게 하고 중증환자만 치료하면, 발병량 자체는 늘지 몰라도 막는 것보다는 의료자원을 절약하면서 조기에 종식할 수 있다는 논의로 보인다. 이게 옳은가? 한국에도 유사한 이야기를 하는 의료전문가가 있는 것 같고, 최소한 일본 네티즌들은 이게 옳다고 믿는 것 같아 보인다. 난 판단이 안되는 분야니 일단은 그런가보다 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참고로, 도시계획을 할 때 정말로 도로를 좁히고 주차공간을 줄인 도시가 있다. 내가 그 도시에 사는데, 거의 항상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이 도시는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도시가 청사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으며, 가족단위 구성원이 많아 쇼핑 물량이 많은 등이 원인이라고 보인다. "직관과 어긋난 혁신적 대안"이란 게 항상 옳은 건 아니다.

Posted by Chlo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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