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할로윈 데이가 그냥 재미나게 젊은 것들이 춤추고 노는 날 내지는 애들이 재미진 무언가로 분장하고 다른 이웃 집을 찾아가서 "Trick or Treat!" 하고 외치는 정도의 날로 인식되어 있다. 오늘 한 언론에서는 서양에서 할로윈데이가 조상을 생각하고 귀신을 쫓는(.......)날이라고 말한다. 국어로는 대체로 제성절 혹은 만성절로 부르기도 한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조금 잘못된 이해이다. 서양이란 게 유럽에서 미국까지 다채롭고 역사도 그쪽도 수천년 단위인데 행사가 그렇게 단순할 리가 있나. 추석이 농부들이 그 해 지은 농산물을 갖고 하늘과 조상과 땅에 제례를 짓고 마을 축제를 벌이는 날이라고 하면 아파트에서 살고 공무원으로 밥벌어먹는 난 뭐야. (....) 서양인이 "한국 사람들은 단오에 창포물에 머리감고 남자들이 씨름대회를 벌여서 황소를 따내간대요"라고 하면 웃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할로윈 데이가 조상신을 기리고 잡귀를 쫓는 (........) 날이었던 적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그런 시절은 대충 켈트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유럽에 살던 시절 이야기다. 켈트의 후예가 지금도 유럽에 있긴 하지만 스스로를 켈틱이라고 부르진 않듯이 (Celtic FC 제외(......)) 지금은 할로윈이 그런 날이 아니고, 아래 내가 설명할 것도 어디까지나 신구교 갈등하고 종교가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그 시절 이야기. 지금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우리의 추석처럼 의미는 거의 껍데기만 남아있고 걍 귀신 놀이하는 날 정도만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할로윈데이의 번역은 통상 제성절, 만성절이라고 하는데, 진짜 제성절(혹은 만성절)은 11월 1일이다.  이 날은 가톨릭에서 기리는 성인들로서 특별한 축일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모든 성인들을 위한 날, 즉 諸聖 혹은 萬聖(=모든 성인)의 날이다. 통상 중세 카톨릭의 토속적 교리에서는, 모든 날은 그 날의 수호성인이 있고, 그 수호성인이 그날 하루 동안 사람들을 지켜주며, 그 성인이 미처 막지 못하는 (역상성..?)부류의 망자들이나 혹은 잡령들만 세상을 돌아다니게 된다. 그런데 단 세가지 유형의 날은 여기서 예외가 된다. "모든 악마와 마녀의 밤" 발푸르기스의 밤(4월 30일)을 제외하면 그렇게 "막지 못하고 남는" 잡령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성령이 지키는 날 이틀이 그 대표적인 예외인데, 그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와 제성절이다. 

원래 만성절(제성절)은 실제로는 Hallow day이고, 이 그 전날이 Hallow eve, 즉 Halloween이 된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날과, 모든 성인의 날은 당연히 모든 잡령들이 돌아다니지 못한다. 따라서 당연히 놀고 싶은(........)잡귀나 정령들이 다음날 못노는 만큼 그 전날 논다고 하여, 그 바로 전날들이 은비학(隱秘學, Occult)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전날은 모든 잡령들이 돌아다니는 날이다. 즉 제성절 이브와 성탄절 이브는 신화적으로는 음습하고 음침한 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려운 마귀와 잡령들에 대해 보호 조치를 개인들이 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강구되는 보호조치는 크게 보면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로, 집을 특별한 성령의 가호를 얻을 수 있게 축복한다. 둘째, 잡귀와 망령들을 인도할 특별한 보호를 줄 존재를 가장한다. 셋째로 집 밖으로 나가야할 때는 우리 자신이 그들 망령과 마귀 중 하나인 것처럼 짐짓 꾸미어 그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한다. 가호를 받는 부분은 가톨릭의 위세가 약해진 이후에는 크게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부분이고, 오늘날까지 이어져내려오는 양키(....)들의 풍습은 그 뒤의 두 가지이다.


 잭 오 랜턴은 슬픈 전설을 가진 자를 일컫는 이름이다. 위스키를 매우 좋아한 (남자다!) 주당이던 잭은 여느날처럼 매우 취한 상태로 귀가하던 어느날 마귀를 마주하게 되었다. 마귀는 그에게 몇가지 내기를 제안했고 잭은 그 내기를 속임수를 써서 모두 이기고 마귀를 지옥불 속에 돌아가게 만들었다. 마귀는 그에게 한 가지 저주를 내렸는데, 그것은 그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일견 방황하는 유대인 아하스 베루스와 유사해 보인다) 그리하여 그는 생과 사의 갈림길을 영원히 헤메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 이후에 죽은 망령들에게 저승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그는 망령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힘을 갖게 된 망령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본 뜬 불을 켜둔 호박 얼굴(원래는 순무의 속을 파서 만들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구하기 힘든 순무 대신  호박으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을 집 앞에 놓아둠으로서 망령들을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망령이나 귀신의 옷을 입혀 분장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귀신들의 이목을 끌지 않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천성대로 장난을 치게 함으로서 더더욱 귀신들이 아이들을 동종업계종사자(....)로 착각하여 해꼬지 하지 않도록 하며, 아이들은 귀신 답게 상납(....)을 바라면 사람들은 그것이 귀신인 것처럼 속은 양 짐짓 먹을 것을 주는 식으로 놀게 되는 것이다.

Posted by Chlo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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