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어린 동생 하나가 며칠 전에 재밌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어린 친구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는데, 그걸 사회가 알려줄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난 내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모든 것에 대해서 "재밌다"고 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간혹 오해를 산다... 


꼰대스럽게도 처음엔 사실 "우리 때도 몰랐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5초간 반성을 하고 내 주변 친구들을 돌이켜보니 "몰랐기 때문에" 방황하고 있는 애들이 삼만명 정도 떠올랐다. 게다가 대충 막내삼촌 세대 때, IMF 전에 대학 졸업한 양반들 때에도 역시 몰랐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땐 몰라도 남들 가는대로 갔으면 되던 사회였다는 생각이 들고. 그리고 그 양반들은 그래서 30, 40 넘어서 방황하고 있는 거 같고. 


생각건데 멘토니 힐링이니 하는 게 지난 5년간 유행이던 것도 바로 이런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걸 하려면 "무얼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는 건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걸 모르는 게 문제인 것도 아는 거 같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해결될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멘토를 강조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무슨 교육과정에 직업 체험을 넣고 하는 걸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근데 뭐 뭐가 뭔지 모르는 애기들이 제대로된 멘토는 찾을 수 있겠나? 걍 진로찾기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적게 드는 것 뿐이지 뭐 이것도 도움되기는 영 힘들지 않나 싶어서, 대안이 되기 어려운 것 같은 것 뿐.. 우리 부에서 운영하는 잡월드 같은 곳이 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이것도 시설과 규모가 제약적이다른 게 한계 같다. 


물론 대학에서나, 사회에서 사실 기회를 적지 않게 주는 편이다. 학생회-학보사-각종 위원회-동아리에서 여러가지 경험들을 해볼 수도 있고, 사회단체나 기업, 정부에서 인턴을 많이 뽑아서 실질적으로 조직 내에서 조직 분위기를 경험해볼 여지도 준다. 정부가 인턴과 해외인턴 사업에 붓는 돈만 1년에 -금칙사항이에요♡ - 원을 쓰고 있는데 막상 그게 모든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하면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예컨대 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글들을 다 모은 위키 같은 걸 나야 이런 걸 담당하는 부처에서 특히 열린고용 담당하는 서기관님 옆에서 이것저것 배우고 있으니 "정부나 사회가 체계적으로 멘터링를 해줄 방안"을 고민하는 거긴 한데, 사실 24, 5세(남자라면 26, 7세) 무렵의 친구들은 그러긴 힘들테니 역시 자기가 바뀔 부분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걍 그런 친구들은 우선은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를 고민해 보는 게 좋지 않나.. 싶은데, 이를테면 자기 인생의 목표가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라거나 "난 출세할거야. 호카게 정도는 되어야지!" 같은 흔히 좀 천박하다고 보는 목표라도 좋은데 그런 걸 자기 머리 속에 명확히 해두는 게 우선은 좋지 않을까 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 그런 '세속적인' 목표를 잡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되려 자기 목표를 명확히 잡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실제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덕을 쌓는다거나 봉사하는 삶을 산다거나 하는 목표를 갖지 못하는 법 아닌가. 그런 거 부터 인정하고 시작해야 하는 거 같다. 그런 목표가 있어야 일단 뭔가 이야기가 되지. 그리고 어릴 때는 그런 게 기억에 강렬하게 오래 가는 거 아닌가 싶다. 거기서 자기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 고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 다음 해야할 일이 이제 대학이며 사회가 주는 각종 기회를 잡아보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싶다. "해적왕이 될 거야!" 라고 한다면 먼저 해적왕이 된 사람이 뭘 했는지 어디에 먼저 정박했고 무슨 열매를 먹었는지 먼저 살펴보고 (.....?) 포네그리프 독법을 공부하든 준비를 해야하는 거 같고, 부자가 될 거야! 라고 한다면 지금 수십억대 수백억대, 심지어 재벌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자기도 그 길을 가려면 뭘 준비해야 하는 건지 알아야 하는 거 같은데 이건 너무 어려운 과정인 거 같고..... 예컨대 조직에 들어가서 내가 잘 하려면 내 적성이 회계, 인사, 전산, 영업, 기획, 관리, 뭐 기타 수백가지 업무 중 뭐에 맞는지, 뭘 못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조직 자체도 언론사라거나 정치, 정부, 민간 기업, 사회적 단체 등등등 수십가지 이상은 존재하는 것 중 골라야 하고 그런 것들을 추체험해볼 공부를 했다고 해서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니... 사실 그냥 주변에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가 괜찮고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그 사람들과 이야기해보고 하면서 깨닫는 것이 - 결국 멘토링이 답인 것 같기도 하고, 몇차례 실패도 하고 이직도 하고 공부하면서 깨달아가는 것이 좋은 거 같기도 하다. 


 거참. 사실 이건 답이 없는 문제 같기도 하다. 

Posted by Chlo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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