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I met your mother"(줄여서 HIMYM, 혹은 하우멧) 는 미국 전국방송망인 CBS에서 2005년부터 매년 9월에 시작해서 다음해 4월말까지 매 시즌 20~24화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다. 81년생, 내지는 80년생 정도로 보이는 테드 모스비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자기 천생연분을 만나기까지의 삶의 이야기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나, 자기 친구들 4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2030년 시점에서 자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2008년, 그러니까 시즌 4가 방영하기 시작한 시점에 보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고시생 생활도 하고, 합격도 하고, 연애도 하고, 실패도 하고, 오랜 싱글 생활도 하고, 배신도 당하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매주 주말에는 하우멧을 보았다. 내가 20세 대학교에 들어간 시점부터 29세 행시에 합격한 시점까지의 삶을 돌이켜 생각하면 나도 저 친구들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다이나믹하게 살았다고 생각도 되면서 여러 모로 정감이 간다. 그리고 테드의 정신이 정말 최악에 다다른 게 시즌 8이었고, 최악이 된 이유가 친구들의 결혼 이외에도 자신을 둘러싼, 혹은 과거에 연결된 여자들을 모두 다 시즌 8에서 정리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내 인생에도 꽤나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테드가 드디어 38일 뒤에는 와이프가 될 여자를 만나는데, 그 바로 전 화 제목은 "Something old", 지인의 결혼식 중간에 테드가 결혼식장을 나와서 한갓진 시골 기차역에 따라와 비내리는 아래에서 노란 우산 밑에서 자기 아내를 처음 만나서 전화번호를 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바로 그 화의 제목은 "Something new". 


 시즌 7이 시작하던 날, 그 2011년 9월 19일은 내 생일이었다. 그 생일날 나는 뉴욕에 있었고, 하우멧의 배경이 된 MacLaren's Pub의 실제 모델인 55번가의 McGee's bar에서 오후 네시부터 5시까지 혼자 맥주를 시켜서 홀짝거리고 마시고 있었다. 첫 화 시작은 저녁 늦게여서 거기서 볼 수는 없었다. 나는 잠시 바텐더와 잡담을 했고 짧은 영어 탓에 긴 말은 할 수 없었다. 바텐더는 시즌 8 마지막에 테드의 아내가 나오고, 시즌 9가 끝이라는 말을 해줬었다. 나는 그곳에서 그들처럼 스카치 한잔을 시켜서 마시고, 나와서 자바에 가서 식료를 샀다. 그냥 그래봤었다. 그날 저녁엔 분임원들이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내게 케익을 선물했고 난 감동해서 약간 눈물이 났었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면 난 하우멧을 그 사람에게 보여주곤 하는데 아직 나만큼 여기에 빠져있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내 생각에 이렇게 우울한 외로움에 오래 빠져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것 같다. 아니면 나처럼 어리석은 다이나믹에 빠져 사는 사람이 없어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위키에서는 미국 문화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아야 재밌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럴 수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가끔 이런 류의 말을 본다. 테드가 자기 아이들에게, 아내를 만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왜 시즌 1의 1화여야하는지(즉 아내를 만나기 8년전의 어느날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드라마를 펼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드라마 작가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테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기 친구들이고, 또한 아내 이전까지는 로빈이 인생의 여자일텐데, 로빈을 처음 만난 날 자기 친구들이 약혼을 했다.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연애에서 대충, 친구관계 내부에서 연애가 물고 물리게 되었을 경우에 필요한 시간들이나 혹은 불붙는데 요구되는 과정들 그림을 설득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하는데, 바니가 얽힌 말도 안되는 부분들을 제외하면(시트콤으로서의 재미는 바니겠지만) 정말로 그랬을법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고, 이야기의 시작으로 괜찮은 시점인 것 같다. 


 테드가 드디어 아내를 만난다길래 감동에 젖어서 대충 써본다. 

Posted by Chlo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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