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그룹에서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로 유명한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서 회원 등록명부를 유출하고, 이메일 등을 토대로 일부 네티즌들이 회원이 누구인지를 따져보는 행태가 횡행하는 것 같다. 관련한 논점이 몇가지 있을 수 있는데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담당 분야 종사자도 아니니 궁금한 김에 몇개 올려본다. 



1. 이 해킹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다. 

 : 이 논점보다 이후에 나오는 논점이 조금 더 중요하다. 위법한 해킹이라면 당연히 윤리적으로 (난 형소법은 몰라서 법적으로 어떤지 모른다) 그 증거를 수사의 자료로 쓰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초에 법률 위반이 맞느냐는 것이다. 


 위법한 자료라 함은 자료 취득 과정에서 한국의 헌정질서 및 법률체계, 또한 법률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 조약 및 국제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훼손하였다는 말일 것이다. 북한의 전산망과 그 전산망의 개인정보가 한국의 법익과 상관이 있을까? 없는가? 북한은 헌법상 한국일텐데, 적성집단의 것이라면 예컨대 인권도 없을까? 그렇다고 지킬 가치는 있을까? 전산망 보호가 인권과 동일한 정도로 불가침적인 가치인가? 한국 법률에 의하여 창설된 가치(인권은 선험적으로 있는 가치라고 치니까)라고 한다면 한국 법률 자체가 적대하는 집단의 전산망보호가 법익인가? 




2. 여기 가입한 걸 이유로 가입한 사람을 적발해서 blaming 해도 될까? 

 : 내가 우리민족끼리를 접속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만에 하나 민민전(.......)이라거나 조평통(.....) 같은 북한의 내부 행정조직 및 준행정조직을 통해서만 가입이 되어 그들에 의해 회원명부가 관리될 뿐 그 이외에는 관리되지 않으며, 둘째로 그들이 이 명부가 해킹될지 모르고 있었다고 하고, 셋째로 명부에 구체적이고 한두개 전산망 해킹으로는 모두 알 수 없는 양의 개인정보들이 들어있다고 해보자. 즉, 가입자가 정말로 북한에 접촉하고 있던 사람이고 지령 같은 걸 사이트를 통해 받거나 첩보 보고를 하고 있던 사람이라고 해보자. 그럼 그 사람들을 욕해도 되는가? 


 내 생각에는 조금 의문인게, 우리나라 법체계는 어쨌든 무죄추정인 것 같고 책임있는 수사기관을 거쳐서 법원의 판결이 있는 이후에야 비로소 유죄라고 볼만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어쨌든 현행범이 아닌 이상 (예컨대 위의 가정에 불구하고 우리는 첩보나 지령 내역을 잡고 있진 않다) 안보 및 수사 이슈 관련에는 민간인인 내가 가입자들을 탓하는 게 개인으로서는 책임있는 행동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내가 그 DB를 처음 봤다면 성실한 국민으로서 111에 신고를 했겠지만, 그건 시민 대 시민의 관계가 아닌 시민 대 정부의 관계인 것이니 별론인 거고. 


 거기에 별론으로 내가 알기로 우리민족끼리는 가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예컨대 내가 뉴스를 보다가 "이 새끼 엿먹여야겠군!"하고서 뉴스에 나온 사람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허위 가입신고를 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3. 일베가 저렇게 나서는 것이 마녀사냥이고 매카시즘이니 막아야 하나? 

 : 난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분탕질을 치든 범죄적 수준이 아닌 다음에는 뭐 자유라고 생각하고 산다. 다만 내 취향이 아닌 경우에는 반론을 하거나 하면서 대응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보고. 내 생각에 정말로 매카시즘이고 마녀사냥이라고 본다면, 다른 루트를 통해서 제재하거나 혹은 반론하거나 아니면 정말 그 수준이 심각하다면 범죄로서 신고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두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내 주변 사람들은 일베를 진짜 심각한 문제로 보던데 난 정말로 잘 모르겠다. 

Posted by Chlo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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