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09.26 "단 하나의 질문"
  2. 2014.09.21 고령화 위기에 대하여 2
  3. 2014.09.16 참고 사진
  4. 2014.09.04 사기 이사열전 중 발췌

 지인이 최진기씨 강의를 또 걸었는데 난 좀 그렇다. 얼마전까지 정말로 복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복지 부문 예산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설명할 이론을 내가 갖고 있지 않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분들 중 일부는 국가가 "사람들에게 삥을 뜯어서 자기들끼리 써버리는 마피아"랑 비슷하다고 보는 거 아닌가 하는 거. 그리고 남은 돈 좀 풀어서 복지하는 걸로 이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런 나라도 있다. "중사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된 나라"로 유명한 라이베리아가 그런 재정 운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살아있는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짐바브웨도 괜찮은 사례다. 그러나 현대 한국이 그런 나라일 리는 만무하다.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분들이 이를테면 "대학 적립금이 저렇게 많은데 등록금을 깎아달라!" "기업 이윤이 이렇게 큰데 왜 이렇게 월급은 안올려주냐! 성과급 그거 월급 안올리려는 수작 아닌가?" "커피 그거 단가 1000원도 안되는 걸 5천원 받다니" 같은 말을 많이 하시는 것을 본다. (허수아비 치기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많이 든다) 


 "복지란 건 권리의 문제"라는 것도 좋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도 좋은 말이다. 당연히 정말로 좋은 말이다. 그러나 좋은 것만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인간 모두가 서로를 살육하지 않는 세상이 좋은 건 당연하지만 오늘도 중동에서는 포탄이 날아다니고 있고 중서부 아프리카에는 반군이 궐기하고 있다. 선언 만으로 이뤄지는 건 없다는 것이다. 


 복지든 사회인프라든 교육이든 토지공개념이든 뭐든 돈이 든다. 돈은 숫자가 찍혀있고 한국은행 도장이 박혀있는 지폐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건 개개인, 기업 하나하나에겐 돈이지만 우리는 국가 경제를 말하고 있다. 그건 돈이 아니다. 그건 돈을 "표현하기 위한 잣대"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돈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합을 의미한다. (당연히 많이 다르지만 여러차례 설명을 해보니 이게 그나마 이해가 쉽드라) 거기에 더불어 이미 그 경제에 쌓여있는 자산에 대한 것도 좀 더해서. 자산은 사실 그렇게 많이 거래되는 것도 아니니 일단 빼고 보면 여하튼 돈은 그 종이조각이 아니다. 그 종이조각이 돈이고 돈이면 그냥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돈을 찍어내면 되는데 안하고서 돈이 없다고 하는 거짓말"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정부가 돈을 더 찍는다고 없는 땅이 생기고 부족한 석유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돈만 찍어내면 당연히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 양은 그대로이니, 돈의 가치만 떨어진다. 


 그렇게 보면 문제가 좀 더 간명해진다. "복지가 권리"라는 말은 좋지만 나는 이 말을 들을 때 화자가 생각을 그리 많이 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구의 권리"인가? 기여자를 위해 쓰는 것이 권리 뭐 이런 차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후손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인구가 줄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고 고령화되는 시대에 있다. 우리 시대의 20년 뒤에는 일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적을 것이고 40년 뒤에는 절반만 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오래 살 것이고 더 건강할 것이지만 길어진 삶 때문에 여전히 우리가 죽을 때까지 경험해야 하는 질병과 고통의 양을 현격히 줄이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걸 위한 의사와 간호사, 병원을 운영하는 각종 서비스, 그리고 우리가 먹을 음식과 쓰고 타고 다닐 자동차며 컴퓨터며 TV를 만들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 그들이 우리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생산성을 보이기도 해야한다. 


 더 많은 저축을 하면 고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가?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지폐를 돈으로 보는 태도 때문이다. 지폐가 돈이라면 저축을 늘리면 미래에 고령화 문제를 더 대응할 수 있겠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더 많은 재화를 저축해둘 수 있고 더 많은 설비투자를 해둘 수 있지만(더 많은 설비투자는 더 높은 노동생산성으로 돌아와 더 적은 인원의 후손이 지금과 같거나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게 하는, 세대회계와 같은 장기간에서의 진정한 의미의 저축이다) 그걸로 될 정도일까? 미래의 기술 발전은 중요한 과제고 중요한 아담의 조각이며 예측도 어렵지만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난 레이 커즈와일은 아니라서.. 


 기본적으로 난 이걸 묻고 싶다. 만일 당신이 "한국 땅에 사는 모든 한국인은 매달 남의 서비스를 40시간 어치 살 권리가 있고, 스마트폰을 쓸 수 있어야 하며, 자녀를 명문대학까지 보낼 수 있어야 하고,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경우 월 200 정도는 받아야 하며(아마도 이건 200만원에 해당하는 재화, 그러니까 휘발유로 치면 1천리터 정도는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해외여행도 가끔 한번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좋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극단적으로 말해 기업과 전 국민에게 최대한의 세금을 내게 하고 국채를 발행해서 이걸 충당한다면 그럼 이제 태어날 우리 후손들은 같은 혜택을 볼 수 있는가? 지금 우리가 권리라고, 주어야 한다고 하는 혜택은 「지속 가능」한가? 복지 이슈에서의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고 한다면 난 권리냐 아니냐 이런 게 아니라 저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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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생각. 

 

세상에서 사회보장제도가 한국이 충실하니 아니니를 따질 때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게 GDP 대비 비율이나 정부 지출 대비 비율을 따지고 있다. 아니면 심지어 "프랑스에서 좀 살아본" 사람 이야기를 하거나. 그런 걸로는 안된다.

 

"지금 제도가 유지된다고 할 때" 사회보장제도의 중장기 추계에 따르면 2060년에 건강보험만 해도 GDP의 20%가 넘는다. 전체 사회보장제도는 GDP 대비로 2060년이면 북유럽 제국을 다 넘기는 걸 볼 것이다. 실제로는 그 나라들도 더 고령화가 될거고 제도 개선도 계속 될테니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단순히 GDP 대비로만 비교하는 건 그렇게 문제가 있다는 것....

 

바꿔서 말하면 한국의 고령화 문제는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지금 그냥 맘 편하게 살고 있지만, 대충 2030년 정도면 이미 꽤나 문제가 임박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초 생활제도, 노령보호, 육아 및 가족지원 등 제도가 "미비"하다고 느낄 지언정 "없는" 건 어쨌든 아닌데. 2040년이 되면 그냥 지속 불가능한 제도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라는 건 사실 둘 중 하나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소득의 거의 절반 정도를 내게 해서 그걸로 보장하거나, 아니면 국민소득/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서 그걸로 '자원이 증가한 미래 세대'가 내게 하거나. 전자의 문제는 현실의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Baumol Disease는 다른 게 아니라, 그랬더니 다들 일도 안하고 집에 걍 있고 놀러다니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점점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복지 재원을 대는 게 바로 그 근로소득/재산소득이고, 재산소득이란 건 외국에서 투자 수익이 느는 걸 제외하면 결국 GDP가 늘어야되는데 그게 안되니. 그리고 후자의 문제는 선진국이 되면 불가능한 체제라는 것이다. 국민소득 성장이 안정기에 접어들고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도통 작동을 안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할 나라 중 부부의 기대출산이 2.1명(선진 보건/의료상의 영유아 사망률을 고려할 때 인구가 유지되는 수준이 2.1명이라고 한다. 통계를 내가 디비본 것은 아니라서 책임은 못진다) 이라고 하는데, 이걸 넘는 나라는 칠레, 멕시코 같은 국가 정도를 제외하면 미국과 프랑스 밖에 없다. 이 두 나라는 이민이 가장 활성화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이민으로 인한 인구 증가 효과가 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입증 자료를 내가 댈 수는 없을 듯. 속인주의인 프랑스는 특히 "부모가 다 이민자인 자녀의 기대수" 같은 자료는 프랑스 정부 바깥으로 나올리가 없으니. 이 가설의 문제는 독일이 출산율이 굉장히 낮다는 것인데(독일도 중동계 이민이 상당히 많다. 프랑스는 아프리카계 이민도 많긴 하지만) 여튼 뭐 넘어가는 걸로.

 

보통 한국이 진짜 살기 힘든 나라라고 할 때 네 가지 정도를 드는데 출산율, 자살율, 교육비용, 열악한 사회복지체계 정도 같다. 이거 각각에 대한 논박이나 내 생각은 일전에 말했다가 죽을 뻔 했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여하튼 그 효과로서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건 엄청난 수준의 고령화이고, 이건 사회 체제 유지가 안될 지경이다. 바로 우리 자녀들이 결혼할 때 쯤에 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난 자녀는 커녕 결혼도 안했고 애초에 애인도 없으니 재앙이 좀 멀 수도 있다. (...?)

 

국가 상층부가 이기적이고 정략적인 사람들로 채워져있든, 공익적이고 원대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든 상관없이 인구경제학이랑 재원은 거짓말을 못한다. 한국의 인구 체계는 최소한 20년간(즉, 지금 태어난 애들이 경제활동인구가 될 때까지)은 확실히 위기일 것이고, "추세가 이어진다면" 25년 후엔 정말 눈 앞에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런 위기가 있을 때 소시민적인 생각은 "그러면 나는 애를 안낳아야겠군" 내지는 "이민을 가야겠어"겠지만 실제로 국가적으로는 다르다. 애를 더 낳고 이민을 안가야 해결된다.

 

그런데 또 나는 그런 생각도 든다. 인구 상승율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 내서 인구가 성장한다면 fiscal crisis는 빗겨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체제가 sustainability가 있을까? 환경까지 고려할 때의, 아 안되는 영어가 느는거 보니까 좀 정신이 어딘가 떠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렇게 봤을 때도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 아닌가.

 

뭐 그런 맥락에서 공무원 연금도 개혁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 자체는 공감한다. 사람들이 공무원 연금에 대해 전시과 같은 조선/고려시대의 공무원 연금체제 개혁이 부패와 국가의 통제 가능성 상실로 이어진 역사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너무 일견만 본 것이다. 아주 아주 가정적인 이야기지만 만에 하나라도 국민연금이 파산에 직면하게 된다면 공무원 연금이 유지될 수 있나? 아니면 그걸 방지하기 위한 혁신적이고도 엄청나게 박탈적인 개혁을 공무원 연금 개혁 없이 할 수 있나? 그걸 하기 위한 추진력을 위한 무릎 꿇기를 안할 수 있나? 그건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난 그런 측면에서 언젠가 5년 내로 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 그게 바로 직후에 연이어서 국민연금/건강보험/기타 사회보장제도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진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까지 이어진다고 한다면, 사회보장체제의 상실로 인한 각종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 아닌가 싶다. 진정한 이번 개혁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나는 본다. 혹자는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고 하던데 (난 그 말에 굉장히 격하게 반대한다. 나를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내가 격하게 반대하는 포인트는 많지 않음) 종말에 안전석은 없다고 한다면 그건 공감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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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

카테고리 없음 2014. 9.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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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고는 부소에게 줄 조서를 가지고 공자 영호해에게 말했다.「황제께서 붕어하셨으나 여러 아들을 왕으로 봉하라는 조서를 내리지 않고, 오직 장남에게만 글을 전했습니다. 장남이 이르러 즉위해 황제가 된다면 공자께서는 사소한 땅도 얻을 수 없는데 이를 어찌하시겠습니까?」

호해가 말했다.「당연한 일이오. 내가 들으니 현명한 군주는 신하를 알고 현명한 아버지는 자식을 안다고 했소.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며 여러 자식을 봉하지 않았으니 무슨 말을 하겠소!」

조고가 말했다.「그렇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지금 천하의 권세를 잡느냐 마느냐는 공자와 저, 승상에게 달려 있으니 공자께서는 도모하실 것을 바랍니다. 또한, 무릇 남의 신하가 되는 것과 남을 신하로 거느리는 것, 남을 제어하는 것과 남에게 제어당하는 것이 어찌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호해가 말했다.「형을 폐하고 동생을 세우는 일은 의로움이 아니며, 아버지의 조서를 받들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효가 아니며, 능력이 없고 재능이 없는 자가 억지로 남의 공을 빼앗는 것은 능력이 없는 것이니 이 세 가지는 덕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천하는 복종하지 않을 것이고, 몸은 위태로울 것이며 사직의 제사를 받들 수 없을 것이오.」

조고가 말했다.「신이 듣기에 탕왕(湯王)과 주무왕(周武王)은 그 군주를 죽였으나 천하는 의롭다고 칭송하며 불충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위(衛)나라 군주는 그 아버지를 죽였으나 위(衛)나라는 그 덕을 받들었으며, 공자(孔子)도 이를 기록하면서 불효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무릇 큰일을 행할 때는 작은 것을 삼가지 않으며, 훌륭한 덕을 가진 사람은 사양하지 않으니 마을마다 각각 특이한 점이 있으며 백관의 공은 같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작은 것을 돌아보면 큰 것을 잊고 나중에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며, 의심하고 망설인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결단을 내려 감행한다면 귀신도 피할 것이며, 나중에 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공자께서는 이를 따르시길 바랍니다!」

호해가 탄식하며 말했다.「지금 큰일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상례를 끝내지도 못했는데 어찌 이런 일에 승상의 동의를 구한단 말이오!」

조고가 말했다.「때가 때인 만큼,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식량을 지고 말을 달려도 오직 때가 늦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호해는 조고의 말을 그럴듯하게 여겼는데 조고가 말했다.「승상과 모의하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으니, 신이 공자를 위해 승상과 모의할 것을 청하겠습니다.」

조고는 이에 승상 이사에게 말했다.「황제께서 붕어하시고 장남에게 글을 전하면서 함양 땅에서 상례를 하고 후사로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글은 아직 보내지 않았고 지금 황제의 붕어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남에게 전하는 글과 옥새는 모두 호해에게 있으며, 태자를 정하는 것은 군후(君侯)와 내 입에 달려 있습니다. 이 일을 장차 어찌하시겠습니까?」

이사가 말했다.「어찌 나라를 망칠 말을 하시오! 이는 신하가 논의해서는 안 될 일이오!」

조고가 말했다.「군후께서는 스스로 스스로 능력을 헤아리면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낫습니까? 공은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높습니까? 계략은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원대하며 실패가 없습니까? 천하에 원망을 받지 않는 것은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낫습니까? 장남에게 오래 함께하여 신임받기에는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낫습니까?」

이사가 말했다.「이 다섯 가지는 모두 몽염에 미치지 않는데 그대는 어찌 심하게 따지시오?」

조고가 말했다.「저는 본디 천한 일이나 하는 내관이지만 다행히도 형법의 글을 알았기에 진나라 궁궐에 들어와서 일을 관리한 게 20여 년인데, 진나라에서 파면당한 승상이나 공신 중에 2대에 걸쳐 봉록을 받은 사람을 보지 못했으며 끝내 모두 주벌당해 망했습니다. 황제의 20여 명이나 되는 아들을 당신은 모두 알고 계십니다. 장남은 강직하고 씩씩하며 용맹스러우니 사람을 믿고 선비를 움직이는 인물로 즉위하면 반드시 몽염을 기용해 승상으로 삼을 것이고, 군후께서는 끝내 통후(通侯)의 인수를 품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조서를 받아 호해를 가르치면서 법을 가르친 게 몇 년이 되었는데 아직 그의 과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자애롭고 인자하며 인정이 두터우니 재물을 가볍게 여기고 선비를 무겁게 여기며, 마음속으로 분별하면서도 말은 겸손하며 예의를 다해 선비를 공경하고 있는데, 진나라의 여러 공자 중에 이런 사람이 없으니 후사가 될 만합니다. 그대는 헤아리고 결정하십시오.」

이사가 말했다.「그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시오! 나는 군주의 조서를 받들고 하늘의 명령을 들을 뿐인데, 어찌 우리가 고려해서 정하겠소?」

조고가 말했다.「편안함은 위태로울 수 있고, 위태로움은 편안할 수 있습니다.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결정하지 못하면 어찌 성인이라고 존중하겠습니까?」

이사가 말했다.「나는 상채 땅의 시골에 살던 평민이었나 다행히도 황제께서 발탁하시어 승상이 되고 통후(通侯)로 봉하셨으며, 자손은 모두 높은 지위에 이르러 많은 봉록을 받고 있으므로 장차 존망과 안위를 내게 맡기셨소. 어찌 그 뜻을 저버리겠소! 무릇 충신은 죽음을 피해 요행을 바라지 않으며, 효자는 부지런히 일하며 위태롭지 않게 하고, 남의 신하는 각각 그 직책을 지킬 뿐이오. 그대는 다시 그런 말을 해서 나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지 마시오.」

조고가 말했다.「대체로 듣기에 성인은 정해진 것이 없이 행할 바를 옮기며, 변화를 좇고 시대를 따르며 끝을 보고 시작을 알며 지향하는 바를 보고 돌아갈 곳을 본다고 합니다. 사물이란 본디 이런 것인데 어찌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겠습니까! 바야흐로 지금 천하의 권세와 운명은 호해에게 달렸으며 저는 그 뜻을 알고 있습니다. 무릇 밖에서 안을 제어하는 것을 혹(惑)이라고 부르며, 아래에서 위를 제어하는 것을 적(賊)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풀과 꽃이 떨어지고, 물이 움직이면 만물이 일어나니 이는 필연의 법칙입니다. 그대는 어찌 판단이 늦으십니까?」

이사가 말했다.「내가 들으니 진(晉)나라는 태자를 바꾸었다가 3대가 안정되지 못했으며, 제환공(齊桓公)의 형제들은 자리를 다투다가 몸이 살육당했으며, 주왕은 친척을 죽이고 간언을 듣지 않아 나라는 폐허가 되고 마침내 사직이 위태로워졌는데, 이 세 사람은 하늘을 거슬러서 종묘에 제사를 지낼 수 없게 되었소.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될 텐데 어찌 모의를 따르겠소!」

조고가 말했다.「위와 아래가 함께하면 오래도록 누릴 수 있으며, 안과 밖이 하나가 되면 일의 표리가 없어집니다. 당신이 신의 계략을 듣는다면 길게 봉후의 자리를 유지하며 대대로 고(孤)를 칭할 수 있고, 반드시 왕자 교(喬)나 적송자(赤松子)처럼 장수할 것이며 공자나 묵자(墨子)처럼 지혜롭다고 추앙받을 것입니다. 지금 이 일을 버리고 따르지 않으면 재앙이 자손에까지 미쳐서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처세를 잘하는 사람은 화를 복으로 만드는데 당신은 어찌 처신하겠습니까?」

이사는 이에 하늘을 우러러 보며 탄식하고 눈물을 흘리며 한숨을 쉬고 말했다.「아아! 홀로 난세를 만나 능히 죽지도 못하니 어디에 내 목숨을 맡겨야 하는가!」

이에 이사는 조고의 말을 들었다.조고가 호해에게 보고했다.「신이 태자의 현명한 명령을 받들어 승상에게 전하니, 승상 이사는 감히 명을 받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서로 모의하며 진시황제의 조서를 승상이 받은 것처럼 꾸미고 공자 호해를 태자로 삼았다.

Posted by Chlo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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