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4'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9.04 사기 이사열전 중 발췌

조고는 부소에게 줄 조서를 가지고 공자 영호해에게 말했다.「황제께서 붕어하셨으나 여러 아들을 왕으로 봉하라는 조서를 내리지 않고, 오직 장남에게만 글을 전했습니다. 장남이 이르러 즉위해 황제가 된다면 공자께서는 사소한 땅도 얻을 수 없는데 이를 어찌하시겠습니까?」

호해가 말했다.「당연한 일이오. 내가 들으니 현명한 군주는 신하를 알고 현명한 아버지는 자식을 안다고 했소.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며 여러 자식을 봉하지 않았으니 무슨 말을 하겠소!」

조고가 말했다.「그렇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지금 천하의 권세를 잡느냐 마느냐는 공자와 저, 승상에게 달려 있으니 공자께서는 도모하실 것을 바랍니다. 또한, 무릇 남의 신하가 되는 것과 남을 신하로 거느리는 것, 남을 제어하는 것과 남에게 제어당하는 것이 어찌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호해가 말했다.「형을 폐하고 동생을 세우는 일은 의로움이 아니며, 아버지의 조서를 받들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효가 아니며, 능력이 없고 재능이 없는 자가 억지로 남의 공을 빼앗는 것은 능력이 없는 것이니 이 세 가지는 덕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천하는 복종하지 않을 것이고, 몸은 위태로울 것이며 사직의 제사를 받들 수 없을 것이오.」

조고가 말했다.「신이 듣기에 탕왕(湯王)과 주무왕(周武王)은 그 군주를 죽였으나 천하는 의롭다고 칭송하며 불충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위(衛)나라 군주는 그 아버지를 죽였으나 위(衛)나라는 그 덕을 받들었으며, 공자(孔子)도 이를 기록하면서 불효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무릇 큰일을 행할 때는 작은 것을 삼가지 않으며, 훌륭한 덕을 가진 사람은 사양하지 않으니 마을마다 각각 특이한 점이 있으며 백관의 공은 같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작은 것을 돌아보면 큰 것을 잊고 나중에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며, 의심하고 망설인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결단을 내려 감행한다면 귀신도 피할 것이며, 나중에 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공자께서는 이를 따르시길 바랍니다!」

호해가 탄식하며 말했다.「지금 큰일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상례를 끝내지도 못했는데 어찌 이런 일에 승상의 동의를 구한단 말이오!」

조고가 말했다.「때가 때인 만큼,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식량을 지고 말을 달려도 오직 때가 늦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호해는 조고의 말을 그럴듯하게 여겼는데 조고가 말했다.「승상과 모의하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으니, 신이 공자를 위해 승상과 모의할 것을 청하겠습니다.」

조고는 이에 승상 이사에게 말했다.「황제께서 붕어하시고 장남에게 글을 전하면서 함양 땅에서 상례를 하고 후사로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글은 아직 보내지 않았고 지금 황제의 붕어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남에게 전하는 글과 옥새는 모두 호해에게 있으며, 태자를 정하는 것은 군후(君侯)와 내 입에 달려 있습니다. 이 일을 장차 어찌하시겠습니까?」

이사가 말했다.「어찌 나라를 망칠 말을 하시오! 이는 신하가 논의해서는 안 될 일이오!」

조고가 말했다.「군후께서는 스스로 스스로 능력을 헤아리면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낫습니까? 공은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높습니까? 계략은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원대하며 실패가 없습니까? 천하에 원망을 받지 않는 것은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낫습니까? 장남에게 오래 함께하여 신임받기에는 몽염과 비교해 누가 더 낫습니까?」

이사가 말했다.「이 다섯 가지는 모두 몽염에 미치지 않는데 그대는 어찌 심하게 따지시오?」

조고가 말했다.「저는 본디 천한 일이나 하는 내관이지만 다행히도 형법의 글을 알았기에 진나라 궁궐에 들어와서 일을 관리한 게 20여 년인데, 진나라에서 파면당한 승상이나 공신 중에 2대에 걸쳐 봉록을 받은 사람을 보지 못했으며 끝내 모두 주벌당해 망했습니다. 황제의 20여 명이나 되는 아들을 당신은 모두 알고 계십니다. 장남은 강직하고 씩씩하며 용맹스러우니 사람을 믿고 선비를 움직이는 인물로 즉위하면 반드시 몽염을 기용해 승상으로 삼을 것이고, 군후께서는 끝내 통후(通侯)의 인수를 품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조서를 받아 호해를 가르치면서 법을 가르친 게 몇 년이 되었는데 아직 그의 과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자애롭고 인자하며 인정이 두터우니 재물을 가볍게 여기고 선비를 무겁게 여기며, 마음속으로 분별하면서도 말은 겸손하며 예의를 다해 선비를 공경하고 있는데, 진나라의 여러 공자 중에 이런 사람이 없으니 후사가 될 만합니다. 그대는 헤아리고 결정하십시오.」

이사가 말했다.「그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시오! 나는 군주의 조서를 받들고 하늘의 명령을 들을 뿐인데, 어찌 우리가 고려해서 정하겠소?」

조고가 말했다.「편안함은 위태로울 수 있고, 위태로움은 편안할 수 있습니다.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결정하지 못하면 어찌 성인이라고 존중하겠습니까?」

이사가 말했다.「나는 상채 땅의 시골에 살던 평민이었나 다행히도 황제께서 발탁하시어 승상이 되고 통후(通侯)로 봉하셨으며, 자손은 모두 높은 지위에 이르러 많은 봉록을 받고 있으므로 장차 존망과 안위를 내게 맡기셨소. 어찌 그 뜻을 저버리겠소! 무릇 충신은 죽음을 피해 요행을 바라지 않으며, 효자는 부지런히 일하며 위태롭지 않게 하고, 남의 신하는 각각 그 직책을 지킬 뿐이오. 그대는 다시 그런 말을 해서 나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지 마시오.」

조고가 말했다.「대체로 듣기에 성인은 정해진 것이 없이 행할 바를 옮기며, 변화를 좇고 시대를 따르며 끝을 보고 시작을 알며 지향하는 바를 보고 돌아갈 곳을 본다고 합니다. 사물이란 본디 이런 것인데 어찌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겠습니까! 바야흐로 지금 천하의 권세와 운명은 호해에게 달렸으며 저는 그 뜻을 알고 있습니다. 무릇 밖에서 안을 제어하는 것을 혹(惑)이라고 부르며, 아래에서 위를 제어하는 것을 적(賊)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풀과 꽃이 떨어지고, 물이 움직이면 만물이 일어나니 이는 필연의 법칙입니다. 그대는 어찌 판단이 늦으십니까?」

이사가 말했다.「내가 들으니 진(晉)나라는 태자를 바꾸었다가 3대가 안정되지 못했으며, 제환공(齊桓公)의 형제들은 자리를 다투다가 몸이 살육당했으며, 주왕은 친척을 죽이고 간언을 듣지 않아 나라는 폐허가 되고 마침내 사직이 위태로워졌는데, 이 세 사람은 하늘을 거슬러서 종묘에 제사를 지낼 수 없게 되었소.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될 텐데 어찌 모의를 따르겠소!」

조고가 말했다.「위와 아래가 함께하면 오래도록 누릴 수 있으며, 안과 밖이 하나가 되면 일의 표리가 없어집니다. 당신이 신의 계략을 듣는다면 길게 봉후의 자리를 유지하며 대대로 고(孤)를 칭할 수 있고, 반드시 왕자 교(喬)나 적송자(赤松子)처럼 장수할 것이며 공자나 묵자(墨子)처럼 지혜롭다고 추앙받을 것입니다. 지금 이 일을 버리고 따르지 않으면 재앙이 자손에까지 미쳐서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처세를 잘하는 사람은 화를 복으로 만드는데 당신은 어찌 처신하겠습니까?」

이사는 이에 하늘을 우러러 보며 탄식하고 눈물을 흘리며 한숨을 쉬고 말했다.「아아! 홀로 난세를 만나 능히 죽지도 못하니 어디에 내 목숨을 맡겨야 하는가!」

이에 이사는 조고의 말을 들었다.조고가 호해에게 보고했다.「신이 태자의 현명한 명령을 받들어 승상에게 전하니, 승상 이사는 감히 명을 받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서로 모의하며 진시황제의 조서를 승상이 받은 것처럼 꾸미고 공자 호해를 태자로 삼았다.

Posted by Chlo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