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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2 [픽션] Respect 1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11163211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상속세를 부과한다지만, 사명감을 가진 2세 경영인에게 가업은 재산이라기보다 평생 안고 가야하는 짐이다. 지금처럼 50%의 세금을 내놓으라고 하면 한 세대가 끝나는 30년마다 해당 기업은 절반 규모로 쪼그라든다. 2세 경영인 입장에서는 회사를 팔거나 아니면 편법을 써서라도 뒷돈을 만들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도 고용이 유지된 다음에야 가능하다. 스웨덴 같은 나라들이 정의를 몰라 상속세를 없앤 게 아니다. 기업은 고용을 통해 근로자 가계를 먹여살리며 애국한다. 아무리 악덕 기업주라도 기업이 없는 것보다 낫다. 징벌적 상속세는 기업과 고용을 파괴하는 독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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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가 링크의 칼럼에 나온 이야기. 난 저 말이 실제로 맞는지 여부는 모르겠는데 관련 자료를 찾아봐도 딱히 이야기가 없다. 저 말대로 정말로 기업 규모에 상속세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려면 몇가지 근거가 더 필요한 거 아닌가.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근거가 필요하다.
(1) 경영자 가문이 대대로 기업을 맡아 경영하는게 전문 경영인 내지는 분권적 주식 분포 상황에서 기업 경영이 이뤄지는 경우보다 더 성장이 좋거나 고용을 많이 하거나 여하튼 사회에 좋더라는 증거가 있거나,
(2) 상속세를 못내서 사람들이 기업 주식을 부분부분 팔아서 메꾸기보다는 아예 기업 청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거나,
(3) 우리 국세청이 역량이 부족해서 사람들 상속세를 내게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미흡한데 현재 상속세 수준이 래퍼 커브 오른편이다.
내가 볼 때는 셋 다 아닌데. 뭐 나도 근거는 없어서 잘 모르겠다. 대충 DB 네개 정도 연결해서 따져보면 확인가능할 거 같은데 그 중에 FIU랑 국세청 국세정보망이 포함되는지라 아마 절대로 확인 못할 거 같은 기분이 (.......) 그럼 기재부랑 한경도 확인 못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한국경제에서 개그 기사를 싣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인데 실은 내가 모르는 다른 근거가 있을 수도 있긴 하겠구만. "이것도 일종의 소득인데 법인세, 소득세율과 동일하게 적용해야한다"라거나 하는 창의적인 제안이라면 혹시 모를까 지금 저 기사는 구멍이 많은 수준조차 못되는데. 내가 보고서 저렇게 써서 갖고 갔으면 맞았을 듯♡
한국의 평화와 공화국의 영속성.
I'm all for that.
나는 그것만을 위해 존재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31833
1컷. 중상시대 이전 유럽도 대부분 농사를 지어먹고 살고 있었지. "밀농사 아주 잘됐네." "풍년이야."
: 중세 시기에도 이미 산업 분화가 어느 정도 나타나서 상업이나 소공업, 귀족이나 종교 계층이 확고했다. 압도적인 부분이 농업인 점은 맞지만 후술되는 논점들 때문에 이것이 중요하다. 이 컷만 놓고 보면 틀린 게 없다. 다만 허수아비는 좀 -_-
2컷. 풍족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하면 먹고는 살았어. "자연은 우리가 노력한만큼 돌려 준단다!" "게으르면 굶는다는 말씀이죠?!"
: 중세 시절이 풍족하지 않았고 먹고는 살았다는 말 자체는 사실인데 저렇게 화목하고 닭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이 시절의 '먹고는 살았다'는 건 이런 의미이다. 이 시절에는 50대 이전에 이빨이 모두 빠지거나 풍이 오거나 관절염을 앓는 일이 흔했다. 40대 이후에는 노동력 자체를 망실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욕열이라는 질병이 돌던 시절인데, 진짜로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게 생명을 걸던 것에 덧붙여 출산 과정에서의 감염으로 생명을 잃던 것이 이 시절이다. 간단한 항생제나 소독, 위생 개념도 없어서 농사일하다 입은 잔 상처에 종종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 치명적인 근손상 들을 입기도 했다. 20살까지 생존한 이의 평균 기대여명이 30년이 되지 않던 시절이다. 기근은 2~4년 간격으로 닥쳤고 그 기간마다 이들의 치아나 뼈에서 근육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저 컷이 주는 인상과는 다르다.
3컷. 그러니 그때의 경제학은 간단했지. "부자되려면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해야 한단다!" "네.."
: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한다고 부자가 될 수 없는 시절이다. 삼포제나 농노제라는 걸 학교에서 배웠을텐데.. 이 시절에는 대략 소득의 50% 정도를 귀족에 대한 세금으로 냈고, 그러고 남은 소출을 기준으로 해서 일종의 소작비를 내야 했다. 현대 산업에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100년 이상 지속된 값이니 그대로 믿는다고 전제하면, 통상적으로 산출물에 대한 생산기여비를 노동이 70% 정도로 잡으니까 이 시절에는 독점적 착취로 생산량의 45~50%을 뜯기고 있던 시절이다. 부자는 퍽이나..
* 참고로 현대에는 기업 수익 기준으로 인건비 비율이 산업 전체로는 70%는 아니어도 꽤 비슷한 상황까지 간다.
4컷.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경제학이었다는 거야!" "당연했다고?" "?"
: 이때 적용되고 있던 경제학은 단순하긴 했지 싶긴 하다. (.....)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대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 처지에서 이야기이지 일반인 관점에서 단순한 것은 아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하의 철학에 담긴 경제학 분야에 대한 이야기와, 현실의 고리대금업(...)과 조세이론(...)에 입각한 논의들은 있었는데 후자를 진짜 생활경제학이라고 한다면 이쪽은 정말로 단순했다.
5컷. 왜냐하면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는 자급자족 경제였기 때문에...
: 로버트 루카스 jr의 섬을 배경으로 한 논리나, 혹은 로빈슨크루소 모형의 1인 자급자족 경제 모형을 근간으로 한 최적화 문제를 풀어보시면 저런 말을 안할텐데.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건 말건 경제 이론은 여전히 충분히 어려울 수 있고 최적화 문제는 그 시절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 경우는 자연환경과 기후가 개입되는데다가 정치적 문제도 있어서 더더욱이나 어렵다. 생산이 곧 소비가 될 수도 없는데, 그 말이 맞다면 귀족 계층이나 성직자 계급의 착취가 그렇게 지속적으로 증가하거나 혹은 뒤에 거론되는 류의 논의가 나타날 수도 없다.
기본적으로 생산이 소비를 이끈다고 하는 세이의 법칙 류의 소박한 경제학으로 보이는데, 저 만화의 멘트는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상식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농업은 더더욱이나 그런데 대략 3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걸쳐서 생산과 소비가 텀을 갖는다. 이 기간 인구가 변하고 사회 구조가 변하는데 어떻게 일치할 수 있나. 생산이 소비와 일치한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생산량을 증대하면 소비량도 증가할 수 있는데? 그럼 뒤에 거론되는 산업 발전이나 이런 게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다. 셰이의 법칙이 가장 보수주의적인 정치 사상과 맞물린다는 건 덤이다.
6컷.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교환'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미의 경제학은 무용지물이 된거야!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단다~" "요즘은 로또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던데요?!"
: ............ 앞서 말한 1인 자급자족 경제가 교환을 제거한 경우의 최적화 분석에 대한 논의이다. 교환이 있고 없고는 자급자족의 미학이 실천가능한지 여부랑 별 상관이 없다. 게다가 이건 타인과의 교환이야기이다. 애초에 교환이 전혀 없는 경제는 하루에 3번씩 만나를 추수할 수 있는 구약속 세계 정도 외엔 존재할 수가 없는데 일단 미래와 과거의 자신간의 교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_- 통상적인 중견기업에 취업한 사람이 평생 급여의 적정 수준만 소비하고 모을 경우 정년시점에서 모을 수 있는 자산은 약 15~20억 수준이라고 한다. 강남에 집을 사기에는 조금 모자란데, 조선시대에도 한양에 집을 사려면 60년 이상을 근면하게 돈을 모았어야 한다는 분석이 있던 기억이 난다. 애초에 인류 역사상 한 사람이 독립해서 자기 집을 사는데 15년 미만의 시간이 소요된 시기나 장소 자체가 거의 없다는 걸 유념하자. 한국의 문제는 그런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 변동이 너무 크다는 점이지 교환이 중심이라서거나 금융 중심적이라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도 자기 급여를 꾸준히 모으면 꽤 의미있는 부유층이 될 수 있다. 자기 자산 15억이 작나?; 슈퍼리치는 될 수 없더라도, 한국 사회 자산보유자 상위 5% 미만에 들어가는 건 그리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7컷. "'생산과 소비가 일치'한다는 개념은 꽤나 중요해! 하하!" "생산과 소비의 일치?"
: GDP 삼면등가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총생산과 총소비는 항상 일치한다는 법칙이다. 걍 그만하자...
8컷. 쉽게말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전혀 남지 않는 경제였다는 거지!
: 음식물 쓰레기가 전혀 남지 않았을리가 없다. 그릇에 묻는 것부터가 음식물쓰레기다.. 집에서 설거지, 요리, 음식물 쓰레기 정리를 해봤으면 알겠지만 사람은 일단 소뼈나 생선가시를 먹을 수 없다. -_- 중고등학교 때 안배웠나. 여간해서는 전혀라고 하면 안된다는 거.
9컷. 요즘처럼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연간 15조원씩이나 쓰는 황당한 시대와는 확실한 차이가 나잖아?!
: 한 3분 구글링해서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가치가 1년에 25조원이라는 기사를 찾았고 처리비용이 1년에 8조원 정도 든다는 기사도 보았다. 15조원이라는 말은 찾지 못했는데 통상 이런 건 측정하는 방법마다 달라지기 마련이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건 지적하고 싶은 포인트가 아니다. 왜 하필 비교대상으로 군대를.....
점박이 무늬가 있는데 저건 어쨌든 현대 전투복과는 전혀 상이하고 색감도 다르다. 저런 옷은 80년대 이전의 교련복에 좀 더 가깝다는 인상이다. (그것도 색은 다르다) 그러므로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가자는 건지 뭔지 취지가 잘 -_-;;
10컷. 당연히 자연환경은 엄청 깨끗했겠지?!
: 원래 샘물이나 연못 물 같은 거 막 마시면 큰일 난다. 사람들이 과거에 대해 갖는 환상, 맑은 물은 잘 생각해보면 고여있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시냇물이었던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여있는 물은, 예컨대 사막의 오아시스를 표류중 발견해도 절대로 마시지 말고 뛰어들지도 말라는 조언에서도 볼 수 있지만, 위험하다. 온갖 세균이나 기생충이 득실거리거나 아니면 원래 못 먹을 오염 상태일 확률이 지나치게 농후하다.
산 속에 흐르는 물은 지금도 그리 나쁘지 않다. 저 정도의 소규모 시냇물은 한국이나 유럽의 자연환경이 가장 오염된 시기에도 어느 정도 신선했고, 거대 하천은 조선시대나 중세시대에도 이미 상당히 더러웠다. 인간이 보다 더 중세적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콩고 강이나 갠지스 강에 가보시는 게 좋을 거 같다. 별로 들어가고 싶은 물은 아닐 것이다.
아오 너무 많아서 짜증난다. 안써.
[2071::2013-02-06 오전 10:27] 이건 영화 진짜 괜찮은데.
[2071::2013-02-06 오전 10:27] 함 보셈
[이 중기::2013-02-06 오전 10:28] 영화 앞부분에 ‘모사드’ ‘슈퍼노트(자막에는 그냥 ‘위조지폐’라고 나왔죠)’ 같은 단어들이 아무 추가 설명 없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이거 말 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여기에 대한 불만이 적잖이 있는 듯합니다.
[이 중기::2013-02-06 오전 10:28] 교양의 문제 아닌가
[2071::2013-02-06 오전 10:28] 음
[2071::2013-02-06 오전 10:28] 생각도 못했다.
[2071::2013-02-06 오전 10:28] .......
[2071::2013-02-06 오전 10:28] 중동놈이 북한 놈이랑
[2071::2013-02-06 오전 10:28] 무기 밀매를 하는데
[2071::2013-02-06 오전 10:28] 들이닥친 놈들이 있어.
[2071::2013-02-06 오전 10:28] 그럼
[2071::2013-02-06 오전 10:29] CIA 아니면 모사드라고 생각하는게
[2071::2013-02-06 오전 10:29] 상식 같은데.
[이 중기::2013-02-06 오전 10:29] 모사드거나 CIA
[이 중기::2013-02-06 오전 10:29] ㅇㅇㅇ
[2071::2013-02-06 오전 10:29] 국정원은 어차피 밖에서 주인공네로
[2071::2013-02-06 오전 10:29] 따로 있었으니까.
[이 중기::2013-02-06 오전 10:29] 아니면 독일 연방정보부일수도 있긴 하져
[2071::2013-02-06 오전 10:30] 아
[2071::2013-02-06 오전 10:30] 그렇군
[2071::2013-02-06 오전 10:30] 근데 딱 보면 셈계 유대인 같이 생긴 놈들이었음.
[2071::2013-02-06 오전 10:31] 슈퍼노트라거나 중간에 류승범이 "달러 필요하면 말해, 우리가 잘 만들잖아." 이런 건 걍
[2071::2013-02-06 오전 10:31] 아니 뭐 잡지식 이런 차원이 아니라 걍 뉴스 보도 사실 아닌가...
[이 중기::2013-02-06 오전 10:32] ㅇㅇ
[이 중기::2013-02-06 오전 10:32] 관객한테 다 떠먹여 줄수는 없잖아
[이 중기::2013-02-06 오전 10:32] 그정도는 알아서 이해해야지..
[2071::2013-02-06 오전 10:32] 첩보영화 본다면서 정작 불만으로 삼을려면
[2071::2013-02-06 오전 10:33] 핵심 대사관(극중에서는 베를린 대사관이 북한에게 굉장히 중요하게 나옴) 정도의 수석무관이 중좌(=중령 = 서기관)인 점 같은걸 지적해야하는 거 아닌가.
[이 중기::2013-02-06 오전 10:33] ㅇㅇ
[이 중기::2013-02-06 오전 10:33] 해외영화에는 그런거 시비 안거면서
[이 중기::2013-02-06 오전 10:33] 왜..
[2071::2013-02-06 오전 10:33] 물론 실제로는 블랙도 화이트도 아닌 고스트라고 중간에 거론되긴 하는데 그럼 그게 그냥 블랙이지 뭘 (.....) 난 감독이 잘 몰랐거나 걍 그럴싸해보이려고 고스트라고 한 거 같던데.
[이 중기::2013-02-06 오전 10:34] ?
[2071::2013-02-06 오전 10:34] 고스트라서 중좌 이건 맞지. 얼굴마담으로 대사관 수석무관 소장(한국군 준장)이나 대좌(=과장, 대령, 참사관)은 따로 있고 얘는 첩보 전문 진정한 수석 이런 거라면.
[2071::2013-02-06 오전 10:34] 영화 중에 CIA 할배랑 국정원 한석규가 이야기하는 거에서 나옴. 수석무관인 하정우가 리스트에 아무데도 없는 고스트라고.
[2071::2013-02-06 오전 10:35] 근데 리스트에 없는거면 뭘 고스트여 걍 블랙이지..
[이 중기::2013-02-06 오전 10:35] 아 ㅇㅇ
도메니코 페티. 멜랑꼴리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나흘을 내리 쉬어 늦잠이 자연처럼 익숙해지고 난 아침은 그리 많은 잠을 자뒀어도 여전히 무거운 눈꺼풀을 치뜨느라 초라하기 짝이 없건만 그 날이 하물며 기상청이 정한 한파경보 발령일이라면 조금 더 힘겹기 마련이다. 뒷말 즐기는 이들의 호삿거리에 들썩일 여지까지 슴겁게 신경쓰느라 챙겨입지 못한 얇은 코트자락의 파인 앞가슴조차 맨살을 한 점씩 저며내는 한기는 얼굴과 손처럼 드러낸 곳에서는 차라리 얇은 회초리로 거듭 휘어치는 느낌처럼 얼얼한 고통처럼 기어들었다. 이런 혹한은 서로가 휘감은 염치와 선의를 깨벗겨 불만섞인 본성을 내뱉도록 만드는 혹서와는 조금 다르게 초라한 배타심으로 서로에 대한 관심을 잊게하는 이기성을 부려놓는게 아닐까 싶도록 가혹스럽다. 조금이나마 몸을 부대끼면서 만원 어치의 온기를 얻을만한 전철을 탈까 여름에는 결코 하지않을 고민을 하다 결국 환승장에서 겪어야할 추위를 지금 조금 얹어 감당하려는 마음에 직통버스를 기다리기로 하는 처량한 결심으로 승강장을 향했다. 새벽 여섯시의 시간은 정직하게 삶을 일구는 어떤 이들에게는 이미 늦은 시간인 법이다보니 이미 적잖은 사람이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렸고 경기로 가는 유일한 노선인 나를 위한 버스는 배치간격을 배나 어겨가며 소식이 없고보면 차고드는 바람에 슴벅이는 눈꺼울 뒤로 슬슬 천불 같은 것이 한가득이 찰랑거려 사람을 괴롭히기 마련인데 이쯤 춥고보면 도리어 그것이 가슴을 뜨뜻하게 덥혀주는 느낌까지 드는 것이다. 오래도록 버스가 오지 않고 보니 기다리는 사람도 승강장 가득 늘어서고 먼저 온 사람들은 이제는 네 켠 바람조차 막지 않는 간이 지붕 아래에서 기다리며 서 있는 추레한 모습조차 권리처럼 변화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조금 오래 기다렸다는 이유로 승강장 벽 뒤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자고 하여 보니 저 켠 먼 골목부터 도드라진 빨간 패딩을 걸치고 따스한 계절에 그러했을 것보다 세배는 더 빠른 속도로 두두두 달려온 어떤 젊은 청년이 얇아보이는 가죽장갑 위로 부질없이 두 손을 부비며 아 추워, 정말 춥네를 연방 허공에 뱉으면서 내가 서 있는 벽 한 켠을 부비고 들어오고 나면 더더욱 그랬다. 이런 추운 날이면 살들이 차갑게 얼어버려 건드리기만 해도 날카롭게 베이는 기분이 드는 법인데 그 청년이 바짓 주머니에 늘어뜨린 사슬들이 처렁이도록 세게 밀치고 들어오는 가운데에서 내 구두를 자기 구둣굽으로 밟고 나면 그야말로 살을 떼어내는 절감을 하지만 악의로 그런 것일리 없는 이에게 앓는 소리하는 것부터가 힘든 추위 속에서 촐랑이며 말을 건네는 부터가 원치 않는 일이고 보니 조심스레 발을 떼어 도로가로 나와 서버렸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으니 비로소 도로의 자동차들 위로 피어 찰랑이는 아지랑이 뒤켠 먼데서 많은 이들이 애닳게 기다리던 노선이 오는 것이 보였다. 시계를 보니 고작 13, 4분이 지났을 뿐인데 하루처럼 오랜 기다림인지라 사람들은 서로 반가움에 탄식하고서 곧 다다를 버스가 설 곳을 예측하여 도로켠에 내려와 서기 시작했으나 진즉부터 내려와 있던 나는 이미부터 버스 설 자리를 생각해온 지라 그리 큰 걱정없이 올라타 따스함에 손을 녹일 생각만 하는지라 다른 생각없이 버스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데 앞서 그 청년이 저 먼 앞켠에서 버스가 진작 서도록 도로에 내려가 손을 흔드는 것을 보고 막연한 짜증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다. 버스의 연쇄 중 맨 앞에 서 달리는 그 노선 차장은 청년의 몸바친 요청에도 뒤이은 버스에 등떠밀려 내 서 있는 곳까지 주저없이 더 움직인 건 나 역시 잘라질 추위 탓에 내 원하는 것이었으되 청년만 보고 따라붙은 사람들이 우루루 내 서 있는 쪽으로 달려드는 건 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늦게 나온 턱에 가장 기민한 건 그 청년이었고 버스에 제일 앞장서 올라탄 것도 닫아온 힘결에 나를 세게 밀쳐낸 그 이였다. 기다리던 바로 앞에 선 버스에 서너번째까지 밀려나 올라타 앉아갈 자리도 없이 바람들어오는 시내버스 좌석간에 섰을 때 보이는 건 두터운 빨간 패딩에 두툼하니 흐붓하니 가는 눈을 뜨고 차창 위로 새어나오는 히터 바람에 몸을 녹이는 그 청년일 때는 불만섞인 말이 목구멍까지 치닫을 테지만 도리없이 입닫고 서서 가만히 있어야할 것이다. 그런 혼자만 느끼는 불만족의 균형은 그 청년이 이제 선바위를 넘어 내리고자 했을 때 비로소 흔들렸다. 온몸으로 자신이 따뜻하게 뎁혀 두었을 의자에서 엉덩이 끝을 바싹 붙인 채로 손끝을 밀어 벨을 울리려고 몇번을 신음하다가 결국 벨을 누르지 못하고 부대껴 신음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픽하고 웃고 보면 그래도 내가 삼가지 못하고 여제없이 굴었구나 싶어 바라보니 여지없이 가득찬 사람들 사이에서 휘둘리는 날 보며 붉은 청년은 머리에 한껏 가득 뿔이 난 표정으로 칼끝처럼 날선 말을 쏘아붙일 때는 무어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답할 수밖에 없다.
"저기요, 아가씨, 사람이 고생하는 걸 보면서 웃음이 나나요?"
"네?"
"손이 안닿아서 벨을 못누르는 거 같으면 이왕이면 보고 웃기 전에 좀 눌러주고 하면 서로 좋잖아요."
그이에게 앞선 두번을 괴롭힘 당한 뒤엔 나도 모를 분개심 같은 것이 치밀기는 했으나 이 지경으로 분개없이 치닫고 혹한처럼 사람을 찔러대니 오히려 도리없이 이건 오늘 날씨처럼 재변이다 싶어 마음 속이 잔잔히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바쁘게 사람들을 밀쳐 내면서 어 자기야 지금 나 가요. 응 춥지? 고생 많은데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그래, 라고 넓적한 전화에 대고 무어라 토닥이며 버스 뒷문 아래로 내려서는 그를 보며 도리어 웃음이 나오며 참 별 사람 다 있다, 하고 추위마저 잊고서 저런 이도 좋아서 저리 챙기는 여자애가 있다니 적견이 참 어렵구나 싶다는 생각을 하며 저런 이들에게도 오늘 하루가 평안할 수 있겠구나 싶어 픽하며 웃고서 이다지도 마음이 차분해지면 내려서 추운데, 같은 실없는 생각에 웃고서 마저 갈 수 있는 것이다.